서도호 작가는 서울, 런던, 뉴욕을 오가면서 유목민적인 삶을 살고 있는 설치미술가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예술가이지만 국내에서 그의 작품을 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갈증을 해결해 주기라도 하듯이 떄마침 리움미술관에서 10년만에 그의 개인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비가 많이 오는 악조건의 날씨였지만 우리 UX실은 리움미술관과 그의

작품에 대한 기대를 한가득 안고서 서울 한남동으로 달려갔습니다.

위 이미지는 전시회장 입구에 들어서면 처음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한옥의 문이 물위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형상화한 <투영>이라는

 작품으로, 푸른색의 천으로 만들어낸 한국적인 느낌이 관람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마치 작가 본인의 세계로 들어오라는 듯이 문이 활짝 열려있습니다.

위 작품은 전시회장에 들어서면 처음에 볼 수 있는 서도호 작가의 드로잉 작품으로

집들이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 작가 본인 혹은 사람들의 인생 과정, 여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 해볼 수 있는데, '집'은 우리의 몸을 움직여 경험하는 인생의 통로, 공간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부드러운 천으로 된 실물 크기의 집들이 신기루처럼 전시장안에 떠있었습니다.

화려하고 웅장한 천들의 향연은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관람객들의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했으며, 

투명하게 만들어진 집들은 몸환적인 분위기를 풍기면서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도록 했습니다. 

한옥의 창살, 서까래와 기와 무늬, 문고리, 콘센트, 변기, 욕조 등의 집 내부를

 채우고 있는 디테일한 묘사들은 절로 감탄을 불러일으켰으며, 작가의 꼼꼼하고 세밀한

 장인정신을 느끼게 했습니다. 또한 실물크기대로 오밀조밀 만들어 놓은 투명한 집 속을 누비며,

 본래는 작가의 개인적인 공간이었을 집을 관객들이 똑같이 체험하고 나름의 해석을

하게 함으로써, 그 작품에 자연스럽게 동참하고 작가와 소통하도록 했습니다.

전시실 안의 전시실로 만들어진 리움의 블랙박스라는 공간에는 '별똥별-1/5'과

'집속의 집-/11'이라는 작품이 눈에 띄었습니다. 서도호 작가의 '집'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는 작품으로, 그가 살던 서울 한옥집이 바람을 타고 날아와 미국에서 살던 아파트와

충돌한 것을 미니어처로 디테일하게 묘사한 작품입니다. 처음엔 유학생활을 하면서 느낀

문화적 충돌이나 서울 집에 대한 그리움때문에 만든 작품인가 했지만, '집속의 집-/11'이란

작품을 보고 그것이 아니란 것을 알았습니다. 서울에서 날아온 한옥집은 작가 본인이라 할 수 있는데,

양옥집 속에 들어가 '집 속의 집'이 되었고, 완벽한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는 타지에 와서 느낀 작가 자신의

혼란스러움이 아닌 순응과 융합을 통해 나아간다는 자기성장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설치미술 작품들 외에도 작가의 드로잉 작품들(실로 표현한)이 소소한 재미를 더해주었습니다. 

첫 번째 이미지는 '방귀'라는 작품인데, 뉴욕에서 밥을 먹고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와서 

방귀를 끼면, 뉴욕의 공기가 옮겨올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작가의 재밌는 발상이 표현된 것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 이미지는 작품 속의 '나'가 나무처럼 자라나고 있는데, 이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건, 그것은

경험으로 삶의 일부가 되고, 자기 자신도 무한히 성장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 외의 드로잉 작품들에서는 작가의 집에 대한 집착스러울 정도의 애정을 보여줍니다.

집을 머리위에 이고 다니는 사람, 움직이는 집, 온통 집 생각으로 가득차 있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한 작품. 작가는 항상 이동하는 집을 형상화 하곤 하는데, 이는 유목민적인 삶을

살고 있는 작가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인연을 맺는 공간, 자신의 인생이 지나가는 통로로서

집을 시각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때문에 집이라는 공간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위 드로잉들은 '완벽한 집 - 다리 프로젝트' 라는 작품입니다. 서울과 뉴욕의 중간지점인

태평양 한가운데에 집을 짓겠다는 재밌는 발상에서 나온 작품이라고 합니다. '별똥별-1/5'이라는

작품에서 시작된 작가의 '집'이야기는 앞으로 '미래의 집'이라는 형태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어떤 형태로 작품이 만들어질지 앞으로의 전시회가 굉장히 기대가 됩니다.

이번 전시회는 우리 UX실원들 모두가 만족해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화려한 색의 천들로 아름답게

만들어진 '서울 집', 미니어처로 디테일하게 묘사된 '뉴욕 집', 또한 작가의 발상이 흥미로웠던

드로잉작품들. 이에 어울리는 전시공간인 그라운드 갤러리와 블랙박스는 전시회의 질을

한 단계 높여 주었습니다. 굳이 한 가지 단점을 뽑자면 관람 도우미 분들의 약간의(?) 불친절함

이었겠지요. 이 <집 속의 집>이란 전시 외에도 리움 미술관은 볼거리가 굉장히 다양했습니다. 

세련되고 깔끔하게 디자인된 회전계단, 로비에 설치된 카르마, 야외에 보이는 설치미술 작품들 또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아직 못보신 분들은 꼭 한번 가서 좋은 전시 관람해보시길 권하며

이번 전시회 리뷰는 여기에서 마치겠습니다.